일상

[골절일기] 발접지르고 골절? 중족골 5번 저부 골절 일기 1주차

정보꾼2 2022. 6.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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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골절은 처음이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골절이신가요? ㅠ_ㅠ 쾌유를 빕니다...

6월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휴일 어느날,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고 얼른 건너려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살짝 접질렀다.
3년 전에 계단에서 신발을 다 신지 않고 대충 구겨 신은 채 내려오다가 접질러서
발목 인대 손상으로 몇개월 고생했고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까지 약 1년여 시간이 지났던 나라서...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안돼, 안돼, 또다시 발목을 다치면 안되는데 ... 속으로 외쳤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발이 너무 너무 아팠다.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2시간 떨어진 곳에 있었고 설마 심하게 다치진 않았겠지라는 생각에 아픈 다리를 질질질..... 끌면서 버스를 타고 걸어서 집에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바로 응급실을 갔어야했다...)
한걸음 한걸음이 천리처럼 느껴지고 집에 도착하니 땀이 줄줄 났다.

질질 끌며 걸어올 때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발목을 다쳤을 때와는 다르게 정말 발이 아팠다..
발을 살짝 들면 뭔가 발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설마 뼈가 부러졌나... 에이 설마, 내가 넘어진 것도 아니고 살짝 접지른건데,,
뼈가 그렇게 쉽게 부러지겠어 ? 하는 생각에 집에와서 얼음찜질을 하고 다리를 쿠션위에 올려두며 다음날 출근하기 전 병원을 다녀와야겠다며 잠을 청했다.

밤에도 조금만 움직여도 너무 아파서 잠을 잘 못잤다...

뼈가 쉽게 부러지네 !


평소 무릎이 아파서 자주 갔던 동네 정형외과를 갔다. 병원마다 아픈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1시간 넘게 대기 후 선생님을 만났다. 사실 그 전 주에 무릎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무릎때문에 온 줄 알고 바로 물리치료실로 가라고 했지만, 내 발 상태를 보고 놀라하며 우선 X-RAY를 찍고 보자고했다.

X-RAY 사진과 함께 마주한 선생님께서는
"골절이네요" 라며 한숨을 쉬셨다.

방사선 사진을 들여다보며 골절이라고 표시해주시는 것을 보고 아.. 뼈가 쉽게 부러지는구나 ㅠㅠ 하며 멘붕이 왔다.. 인생 첫 골절이라니.... !! ㅠㅠ

선생님은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되고, 깁스를 잘, 아주 잘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처치실로 가서 새끼발가락을 잡고 늘리면서 뼈를 맞춰주시고.. (겁먹었는데 많이 아프지 않았다 ) 반깁스를 해주셨다. 탈부착 가능한 반깁스를 받으면서도 믿기지가 않고 얼떨떨.. 여전히 이렇게 쉽게 뼈가 부러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이 멍하니 앉아있었다..
선생님은 발을 디뎌도 된다고 하셨지만 너무 아파서 도저히 발을 디딜 수가 없었고 집에 목발이 있는데 사용해도 되냐고 여쭤보니 디딜 수 없으면 목발을 사용하라셨다.

그렇게 골절 진단을 받고 골절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목발 아이템 장착 전, 장우산이 나의 무게를 지탱해주었다.



물 한 모금도 혼자 마실 수 없는 골절(목발) 라이프

반깁스와 목발로 대차게 출근.

다친 발이 다행히도 왼발이라 운전은 할 수 있었고, 병원에서 깁스만 잘 하면 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하기에 병가는 생각도 못하고 일단 출근을 했다. 목발을 짚고 회사 앞에서부터 시선 강탈.. 다들 무슨일이냐고, 괜찮냐는 물음에 부끄럽고 민망해서 빨리 지나가고 싶었지만, 처음 사용하는 목발이 어려워서 빨리 갈 수도 없고 두발짝 가고 힘들어서 쉬는 바람에 모든 분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며 아주 천천히 천천히 자리로 이동했다.

목발사용이 이리도 힘든 것이었나,. 친구나 가족이 목발쓸 때 나도 한번 해보겠다며 재밌다고 목발을 짚고 돌아다녔던, 철없던 과거의 내가 떠올라 또 한 번 부끄러움을 느끼며 일을 시작했다.

프린터기에 다녀오려면 마음 먹고 다녀와야 하고, 화장실도 안가고 참고 말지, 물은 나에게 사치, 목발 라이프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가방하나 들 수 없고, 서툰 목발질에 넘어질뻔 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일상생활이 그나마 가능했다. 틈나는 대로 얼음 찜질을 하고, (물론 얼음찜질도 옆에 동료가 가져다줘야 할 수 있었다 ㅠㅠ) 다리를 보조 의자에 올려두며 욱신 욱신한 다리와 목발사용으로 손목, 겨드랑이, 반대쪽 다리, 허리의 통증을 느끼며

"이렇게 계속 출근 할 수 있는거 맞나..."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목발 아이템 장착 후 어설픈 첫 목발 걸음마...



"병원을 여러 곳 다녀와봐!!" from 골절 선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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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에겐 맘카페, 수험생들에겐 수만휘, 유럽 자유여행객들에겐 유랑이 있다면, 골절환자들에게는 국내 최대 골절치료 커뮤니티 "척추골절, 사지골절 환자모임 " 이 있다.

밤새 아프고 불편해서 잠도 잘 못자면서 '더운 날 혼자 카페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해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울한 생각들로 가득찬 밤, 이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가입인사는 대부분 '이카페에 가입하게 될 줄 몰랐어요ㅜ' 였고 어떤 분은 '탈퇴했다가 다시 오게되다니...' 라는 안타까움 가득한 글로 시작된다. 나도 가입했다.

발등뼈 골절로 검색을 하면서 내가 부러진 곳이 중족골 5번 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골절 부위가 많이 벌어지면 수술을 하기도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한 병원에서만 진단을 받지 않고 여러 곳에서 진단을 받아보고 수술과 비수술을 선택한다는 글을 보고,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수술을 해야하는데 안하는것은 아닌가, 원래 정말 자세히 설명해주시던 의사샘이였는데 그날은 골절 진단에 비해 너무나도 설명이 없었기에 조금 더 큰 병원에 다녀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길로 조금 일찍 퇴근을 하여 지역의 관절, 척추로 유명한 병원을 찾았다.

이곳도 역시나 환자가 많다. 목발 사용으로 지친 몸을 휠체어에 맡기고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2시간 조금 안되게 대기 후에 드디어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더욱 우울했고 절망했다...... ㅜㅜ

우울한 이야기를 듣기 전, 휠체어에 앉아서 열심히 기다리고 있던 중 나의 발 ㅋㅋ



골절일기 1주차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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